늦장마가 시작되면서 새벽부터 창밖을 때리는 빗소리에 잠을 깨는 날이 늘었습니다. 비 내리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기름 냄새 고소한 부침개가 떠오르는데, 요즘 저희 집에서는 제철 감자를 활용한 감자채전을 가장 자주 부칩니다. 

지난 글에서 감자조림을 소개하며 시장에서 감자를 한 봉지씩 사 온다고 했는데, 그 감자로 만드는 두 번째 메뉴입니다.

감자전은 보통 강판이나 믹서기에 갈아서 만들지만, 저희 집은 채를 썰어서 만듭니다. 갈아 만든 전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매력이라면, 채 썬 전은 감자튀김처럼 바삭바삭한 식감이 살아있거든요. 

게다가 밀가루나 부침가루 없이 피자 치즈만으로 반죽을 잡기 때문에 준비도 훨씬 간단합니다. 오늘은 믹서기 없이 만드는 저희 집 치즈 감자채전 만드는 법을 소개해 보겠습니다.


재료는 감자와 치즈, 이게 거의 전부입니다

감자채전은 복잡한 부재료 없이 감자 본연의 맛과 치즈의 고소함만으로 충분합니다.

  • 감자 중간 크기 2~3개
  • 피자 치즈 2큰술 (모짜렐라, 슈레드 등 냉장고에 있는 것)
  • 소금 한 꼬집, 후추 약간

짭조름한 감칠맛을 더하고 싶은 날에는 베이컨을 얇게 썰어 함께 섞기도 하는데, 없어도 충분히 맛있습니다. 늘 그렇듯 있는 재료로 만드는 것이 저희 집 원칙입니다.

바삭함의 비결은 얇고 일정한 채 썰기

감자튀김 같은 바삭함을 내려면 감자를 최대한 얇고 일정하게 써는 것이 중요합니다. 껍질을 벗긴 감자를 먼저 얇게 편으로 슬라이스한 뒤, 슬라이스를 차곡차곡 겹쳐놓고 곱게 채를 썰어줍니다. 채 굵기가 일정해야 어느 한 곳만 타지 않고 전체가 고르게 익으면서 바삭해집니다.

그리고 여기서 이 레시피의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. 채 썬 감자를 절대 물에 헹구지 않는 것입니다. 밀가루를 쓰지 않는 대신 감자 자체의 전분이 접착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, 전분을 씻어내면 전이 다 부서집니다. 썬 그대로 바로 사용하세요.

밀가루 대신 피자 치즈가 반죽을 잡아줍니다

넓은 볼에 채 썬 감자를 담고 피자 치즈 2큰술을 골고루 뿌린 뒤, 소금 한 꼬집과 후추를 넣고 감자채와 치즈가 잘 엉기도록 섞으면 반죽 끝입니다. 부침가루 반죽물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어서 설거지도 볼 하나로 끝납니다.

구울 때는 달군 팬에 아보카도오일을 부침개 부칠 때처럼 넉넉하게 두르고 반죽을 올린 뒤, 숟가락 뒷면으로 살살 눌러 동글고 평평하게 모양을 잡아줍니다. 그리고 중약불에서 치즈가 녹아 감자채를 고정해 줄 때까지 만지지 않고 그대로 굽는 것이 중요합니다. 성급하게 뒤집으면 찢어지거든요.

뒤집기 타이밍이 겉바속촉을 결정합니다

뒤집는 타이밍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. 가장자리가 노릇해지고 치즈가 녹아 투명해졌을 때, 그리고 전이 팬 위에서 부드럽게 움직일 때가 뒤집을 순간입니다. 이때 조심스럽게 한 번에 뒤집어 반대쪽도 노릇하게 구워내면 완성입니다. 불이 세면 치즈만 먼저 타니 중약불을 끝까지 유지해 주세요.


초간장 말고 케첩입니다

노릇하게 구운 치즈 감자채전은 일반 부침개처럼 초간장에 찍는 것보다 케첩과 훨씬 잘 어울립니다. 감자튀김에 케첩이 어울리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, 치즈가 들어가 해시브라운 같은 느낌이 나는 전이라 케첩의 새콤달콤함이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줍니다.

덕분에 이 전은 저희 집에서 활용도가 높습니다. 아들에게는 케첩 찍어 먹는 간식이 되고, 어른들에게는 비 오는 날 가벼운 맥주 안주가 됩니다. 매운맛이 필요한 저는 반죽 마지막에 제 몫만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굽기도 합니다. 늘 그렇듯 기본은 하나, 취향은 마지막에 더합니다.

비 오는 날, 감자 두세 개면 충분합니다

거창한 재료 없이 감자 두세 개와 치즈 한 줌으로 만드는 전이지만, 빗소리 들으며 갓 부쳐 먹는 맛은 어느 요리 부럽지 않습니다. 장마철에 집에 감자가 있다면 오늘 한번 부쳐 보세요. 딱 한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. 채 썬 감자는 헹구지 말 것. 그 전분이 밀가루를 대신해 줍니다.

FAQ

Q1. 감자채를 썰고 나서 물에 헹궈 전분기를 빼야 하나요?

아닙니다. 이 레시피는 부침가루나 밀가루를 쓰지 않기 때문에 감자 자체의 전분이 있어야 채들이 서로 붙습니다. 물에 헹구지 말고 썬 그대로 치즈와 버무려 구워야 전이 찢어지지 않습니다.

Q2. 치즈가 팬에 눌어붙어 타지 않을까요?

오일을 부침개 할 때처럼 넉넉하게 두르고 팬을 충분히 달군 뒤 반죽을 올리면 괜찮습니다. 불이 세면 치즈만 먼저 탈 수 있으니 중약불을 유지하며 은근하게 굽는 것이 실패 없는 방법입니다.

Q3. 베이컨 외에 어울리는 부재료가 있나요?

얇게 썬 스팸이나 채 썬 양파를 넣어도 단맛과 감칠맛이 더해져 맛있습니다. 매콤한 맛을 좋아하신다면 청양고추를 얇게 썰어 반죽에 섞어 구워도 잘 어울립니다.

📚 함께 보면 좋은 글